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T) SG12 전체 회의에서 국내 통신 솔루션 전문 기업 LIG Accuver(구 이노와이어리스)가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무참조 영상 품질 평가 모델 ‘VQML’이 차세대 국제 표준(J.noref)의 ‘MODEL A’로 공식 채택되어 최종 승인(AAP) 단계에 진입했다.
VQML은 원본 참조 영상이나 전송 메타데이터 없이 수신된 RGB 영상만으로 실시간 시각적 체감 품질(MOS)을 예측하는 혁신 기술이다. 이미 국가정보화진흥원(NIA) 재난망 검증 및 글로벌 통신사·장비 업체를 대상으로 상용 검증을 마쳤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는 LIG Accuver가 연세대와 함께 주도해 제안한 ‘불완전한 참조 영상에 대한 기준 품질 평가 성능 분석’ 과제가 신규 연구 항목(Work Item)으로 채택됐다. 이는 향후 글로벌 미디어 체감 품질(QoE) 평가 기술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표준화 리더십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성과는 막강한 자본과 빅데이터를 앞세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 속에서 한국 중견기업이 독자 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국내 통신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이번 J.noref 표준 문서 본문 Track-1에는 LIG Accuver의 VQML과 함께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의 절대 강자인 유튜브(YouTube)의 품질 평가 모델 UVQ, 연세대의 YSNR이 함께 채택됐다.
ITU-T 표준화 평가 데이터셋을 기준으로 한 엄격한 성능 테스트 결과, VQML은 인간의 실제 체감 품질과의 일치율을 나타내는 피어슨 선형 상관계수(PLCC)에서 0.8653을 기록하며, 오픈소스 모델인 UVQ(0.8146)를 뛰어넘는 예측 정확도를 입증했다. 또한 카메라 상태로 인한 결함이 포함된 영상의 품질 평가 모델 표준을 선정하는 Track-2에서는 VQML이 PLCC 0.8077을 기록하며 표준으로 채택된 반면, UVQ는 PLCC 0.7103에 그쳐 표준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러한 성능적 차별화의 기반에는 VQML만의 독보적인 ‘다중 점수(Multi-Score) VQA 아키텍처’가 있다. VQML은 Transformer와 CNN을 결합하고, 영상의 의미를 파악하는 CLIP 모델을 적용해 ‘예술적 의도로 어두운 장면’과 ‘실제 통신 불량으로 화질이 열화된 장면’ 등 의미적 결함(Semantic Degradation)까지 인간처럼 정교하게 구분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디바이스별 해상도가 체감 품질에 미치는 영향까지 보정해 최종 점수(MOS)를 산출한다.
작은 품질 오차도 서비스 장애나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이동통신망, 고화질 OTT 스트리밍, 실시간 방송 모니터링 시스템, 대규모 CCTV 관제 등 고정밀 품질 측정이 필수적인 산업군에서는 범용 오픈소스 모델인 UVQ 대신 VQML의 고성능 상용 라이선스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무참조 영상 품질 평가 표준 기술은 향후 다양한 산업에서 실시간 품질 관리 자동화를 이끌며 적지 않은 지식재산권(IP) 파급력을 낳을 전망이다. LIG Accuver는 이번 표준 문서 Annex를 통해 기술이 공식 공개되기 직전인 지난 6월 12일, VQML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선제적으로 완료하며 확고한 권리 기반을 다졌다.
ITU-T 음성 품질 평가 표준 기술인 PESQ/POLQA 등을 라이선스해 온 옵티콤(OPTICOM)의 사례는 표준 기반 품질 평가 기술의 상업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옵티콤은 글로벌 시험장비 업체와 네트워크 테스트 기업을 대상으로 관련 기술을 OEM 형태로 제공해 왔으며, 공식 라이선스 정책상 연간 최소 선급 로열티와 제품 판매량에 따른 러닝 로열티를 결합한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VQML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공인받고 특허권까지 확보한 만큼, 향후 글로벌 장비사 및 솔루션 기업을 대상으로 목적과 적용 범위에 따라 차등화된 라이선스 판매를 본격화한다면 고부가가치 글로벌 로열티를 창출하는 핵심 수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이번 글로벌 표준 선점은 올해 새롭게 사명을 변경하고 제2의 도약에 나선 LIG Accuver의 원대한 비전과도 궤를 같이한다. 다가오는 6G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는 기존 통신망 검증 장비 기술을 넘어 모빌리티와 비지상 네트워크(NTN)를 포함한 차세대 초연결(Connectivity) 분야로 사업 다각화 및 핵심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 AI-RAN Alliance, EIAP(Ericsson Intelligent Automation Platform) Ecosystem, 5GAA 가입을 통해 글로벌 표준 및 기술 생태계와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기술 내재화라는 ‘내적 혁신’과 글로벌 동맹이라는 ‘외적 확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LIG Accuver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통신 솔루션 리더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